▲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6930만달러(약 850억원)에 낙찰된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작가가 2007년부터 매일 온라인에 게시해온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사진=크리스티 제공)
▲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6930만달러(약 850억원)에 낙찰된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작가가 2007년부터 매일 온라인에 게시해온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사진=크리스티 제공)

 

최근 미술시장은 그야말로 핫한 곳이다. 아트페어마다 긴 줄이 '당연한듯' 형성되고, 미술품 판매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NFT)' 열풍도 심상치 않다. NFT는 디지털 자산(파일)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적용해 세계 유일의 진품임을 인증하고 소유권을 부여하는 일종의 디지털 정품 인증서다. 회화나 조각 작품의 사진, 행위 예술을 촬영한 동영상, 디지털로 구현한 팝아트 등이 NFT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기관인 메사리의 '2022년 가상자산 업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NFT 미술품의 시가총액은 140억달러로 집계됐다. 실물 미술품 시가총액 규모(1조7000억달러)와 비교하면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NFT 미술품의 시가총액이 10년 뒤 지금의 100배인 1조4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나 실물 미술품 시장 규모와 맞먹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NFT를 구현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모든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로 개인 간 거래(P2P) 데이터가 기록되는 장부인 '블록'이 체인처럼 연결된 구조라는 데서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붙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도 토큰이다. 다만 가상화폐는 토큰 1개당 동일한 가치를 갖지만 NFT는 토큰 1개의 가치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블록체인이 적용된 디지털 자산은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보유한 장부를 대조하고 확인해야 한다. 일부에서 정보의 위변조가 발생할 경우 거래 내역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술품 외에도 게임, 스포츠, 신분증 등 활용 범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NFT는 전용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데 여기서 통용되는 화폐가 암호화폐다.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고정된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실물 화폐로 환산했을 때 현재 암호화폐의 가치 자체가 매우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NFT 역시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3월에는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비플'로 활동하는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이 제작한 그림 파일(JPG) 형식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 6930만달러(약 850억원)에 팔렸다. 첫 경매 시작가는 100달러였지만 3000만달러 아래를 맴돌던 경매가는 막판에 180건이 넘는 입찰이 쇄도하면서 최종가가 2배 이상으로 뛰었다.
 

▲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10초짜리 영상 'Missing and Found'이 NFT가 적용된 국내 첫 미술품으로 지난해 3월 299이더리움(당시 기준 약 6억원)에 판매됐다. (사진=피카프로젝트 제공)
▲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10초짜리 영상 'Missing and Found'이 NFT가 적용된 국내 첫 미술품으로 지난해 3월 299이더리움(당시 기준 약 6억원)에 판매됐다. (사진=피카프로젝트 제공)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NFT가 적용된 첫 미술품이 6억원에 팔렸다.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카프로젝트는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10초짜리 영상 'Missing and Found'가 299이더리움(당시 기준 약 6억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경매는 국내 NFT 미술품 거래 플랫폼인 '디파인아트'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까지 업비트 NFT에서 진행된 NFT 미술품 경매에서는 김환기 작가 '우주(Universe, 05-Ⅳ-71 #200)'의 NFT 에디션 3개가 총 194이더리움(약 7억3700만원)에 낙찰돼 국내 NFT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NFT 시장에 몰리면서 NFT 미술품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다만 NFT 미술품은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는 한계 때문에 기존의 실물 미술품을 대체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화나 조각품 같은 유형의 미술품은 실물을 감상하는 것과 사진이나 동영상 등 디지털 형태로 감상하는 것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작가의 섬세한 붓 터치와 입체감, 작품의 규모에서 오는 압도적인 느낌은 디지털 화면상에 존재하는 NFT 미술품으로는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미술품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거나 인정받지 못한 작가들이 대안으로 NFT 미술품 시장을 선택한다는 점도 NFT 미술품 시장 성장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미술품을 소유하고 감상하는 문화보다는 투자의 목적이 더 짙다는 것 역시 시장에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술이라는 업계 특성상 자본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너무 수익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작품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여러 개 파일로 복사한 뒤 각각에 서로 다른 NFT를 적용해 판매한다는 것도 NFT가 가진 본연의 원본성을 퇴색시키고 있다. 실제로 NFT 시장에서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50개, 100개씩 판매된다. 한 번의 판 작업으로 여러 개를 도장처럼 찍어내 파는 판화조차도 각각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디지털 파일은 이런 미세한 차이조차도 없다. 이 경우 '원본'보다는 '한정판'에 가까운 셈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현재는 NFT 미술품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머지않아 NFT 미술품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판화는 회화보다 희소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통 가격도 더 낮게 책정되는 반면, NFT 미술품의 가격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NFT 미술품을 구매할 때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작품의 실제 예술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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