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사 이현정씨가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개최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통역 도중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수어통역사 이현정씨가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개최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통역 도중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9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면서 삭발식을 진행한 가운데 만삭의 수어통역사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SNS에 공개돼 울림을 줬다.

이날 누리꾼 A씨는 페이스북에 “만삭의 수어통역사가 삭발 중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사연을 통역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며 수어통역사 이현정씨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통역하는 도중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영상을 공유했다.

A씨는 “정말 많은 장면들이 연출됐던 하루 중에서 특히 이 장면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어떤 마음이셨을까”라고 적었다.

A씨가 올린 글과 영상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작가이자 인권·동물권 기록활동가인 홍은전씨 등도 공유했다.

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등 55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1박2일 결의대회를 열고 단체삭발에 나섰다. 전국 각지의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등이 현장과 줌 등으로 참여했다.

이날 황숙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남지회 사무국장은 “엄마는 아들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데 겨우 삭발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까짓 것. 목숨도 내놓을 각오인데 그 정도쯤이야…”라고 말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영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동지회 사무국장 등이 써온 글을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읽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평범한 삶이 가능하다는 선택지를 늘려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가족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책임을 국가와 함께 나눠 갖자는 의미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요구에 동의합니다.”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삭발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사진제공=에이블뉴스)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삭발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사진제공=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서비스 및 정책의 부족으로 인해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에서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조기 개입’ 외에 ‘발달장애인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비문명적인 투쟁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 말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비문명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거론했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게 무슨 자유와 평등이 있었냐”며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갖고, 감옥 같던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관계 맺기를 위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현장에 참여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줌으로 참여했다.

삭발에 동참한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이 24시간 함께 살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게 국회에 들어온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여러분이 다시 이 자리에 나와야 할 정도로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다른 의미는 항의의 의미”라며 “동료 의원님들에게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고 싶다는 이유로 삭발한다. 각오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