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세계적인 사진작가 제이알(JR·40)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제이알: 크로니클스 JR : CHRONICLES>가 롯데뮤지엄에서 5월3일부터 8월6일까지 열린다. 도시의 건물과 거리를 캔버스 삼아 활동해온 제이알의 20년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다. 사진, 영상, 아나모포시스(anamorphosis·왜상), 휘트 페이스트 업(wheat paste-up·콜라주처럼 이미지를 잘라 붙인 작품), 아카이브를 포함해 약 140여 점을 선보인다.

 

나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 그 곳의 사람들과 함께 엄청난 프로젝트를 벌이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

제이알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연대기' 프로젝트 중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2018)와 '테하차피'(2019)가 그에게 확신을 줬다.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전시소개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는 2018년 '타임'지로부터 표지 작업을 의뢰받아 제작했다. 총기 수집가, 사냥꾼, 총격 희생자, 응급실 의료진 등 미국의 총기 규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시민 245명을 한 명 한 명 촬영한 후 콜라주처럼 영상을 이어붙인 비디오 벽화 작품이다. 이들은 총기에 관한 개인적인 관점을 공유하고 각자 경험을 설명하며 공통된 의견을 찾으려 했다. 

테하차피(사진=롯데뮤지엄 제공)
테하차피(사진=롯데뮤지엄 제공)

 

'테하차피'는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하차피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제이알은 재소자 개개인의 사진을 찍고 사연을 녹음한 뒤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338장의 사진을 출력했다. 이후 교도관, 재소자가 모두 교도소 운동장에 모여 사진을 함께 부착했다. 제이알은 "교도소를 꾸준히 방문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재소자 절반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자유를 얻게 됐다. 예술을 통한 소통의 힘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연대기(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연대기(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연대기' 프로젝트는 2017년 클리시-몽페르메유부터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전역의 1200명 이상이 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연대기'(2018), 뉴요커 1100여 명의 초상과 이야기를 담은 '뉴욕 연대기'(2019)까지 이어졌다.

인사이드 아웃(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인사이드 아웃(사진=롯데뮤지엄 제공)

 

2011년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창의적 리더에게 수여하는 테드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같은 해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다. 참가자가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면 제이알 스튜디오에서 이를 출력해 참가자가 직접 부착할 수 있도록 보내주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다.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지키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바로 기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제이알은 "익명의 기부금이 많이 들어온다.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자가 웹사이트 플랫폼에 사진 파일을 입력하고 출력을 신청할 때 기부금을 낼 것인지 묻는 메시지가 뜨는데 절반 이상이 기부금을 낸다"고 했다.

여성은 영웅이다(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여성은 영웅이다(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초상화를 붙인 '페이스 투 페이스'(Face 2 Face), 부당한 위협을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은 영웅이다'(Women are Heroes), 도시의 역사와 함께 했지만 소외된 노년층에 대한 '도시의 주름'(Wrinkles of the City) 등도 주목할 만하다.

 

제이알(JR)

제이알(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제이알(사진=롯데뮤지엄 제공)

 

제이알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동유럽과 튀니지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친구들과 그래피티를 하던 제이알은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거리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5년 10월 파리 외곽의 클리쉬수부와(Clichy-Sous-Bois)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를 카메라에 담고 파리 도심 곳곳의 건물 파사드(facade)에 거대한 초상화를 설치하며 첫 프로젝트를 완성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파리에서 큰 반향을 일으며 제이알을 스타덤에 오르게 하였다.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작가가 작업한 '무제, 아나모포시스, 서울'도 눈길을 끈다. 롯데뮤지엄 안에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착시 작품이다. 제이알은 "서울의 첫 인상은 다소 위협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층적인 세계가 있다"며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방문 기간 현지인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5월3일부터 8월 6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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