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전시하는 루이비통

(사진=루이비통 재단 제공)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바스키아X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현대미술에서 가장 '힙'한 아티스트이다. 타고난 감각으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낸 두 아티스트는 1980년대 짧은 기간이지만 훌륭한 파트너쉽으로 160개의 작품을 만들며 대중의 시각을 확장시켰고, 전시에서는 이 중 70점을 선보인다. 특히 삶도 죽음도 충격적인 일화가 얽혀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개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어들였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죽음에 있어

앤디 워홀은 유죄인가

1960년 12월22일 출생한 바스키아는 1988년 8월12일 27세에 스피드볼(speedball; 헤로인과 코카인을 섞은 아주 위험한 마약)과다복용으로 요절하였다.  바스키아는 낙서의 개념을 회화에 끌어들인 그라피티 예술가이며, 충독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으로 자유분방하게 그림을 그렸다.  본래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1970년대 뉴욕에서 그라피티 그룹 SAMO 일원으로 이름을 알렸고, 1980년 앤디 워홀을 만나 '완벽한' 주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른 나이 요절한 '바스키아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앤디 워홀이 죽자 방황하며 헤로인과 술에 절어 사망했다는 사실(fact) 뒤에는 어떠한 진실(truth)이 숨어있는지 모른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선배 그리고 파트너였던 앤디 워홀이 죽자 바스키아는 1년이 넘도록 방황을 하였고, 작품 스타일이 바뀌고, 작업량이 줄어드는 등 확실히 '게을러졌다'. 미술 평론가와 대중은 바스키아를 혹평하기 시작하고 돈만 따라다니는 자본주의 예술가라고 비난하며 바스키아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바스키아의 그림을 사들인 딜러들이 그림값을 폭등시키기 위해 무절제하고 충동적인 젊은 화가에게 술과 향정신성 약물을 듬뿍 안겨주고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망 후에 그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미술계를 고려한다면,  어느정도 납득되는 추측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에는 앤디 워홀이 어떠한 연관도 없는 것인가?

Jean Michel Basquiat x Andy Warhol, OP OP, 1984
Jean Michel Basquiat x Andy Warhol, OP OP, 1984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본 앤디워홀은 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의 천부적인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바스키아의 몸값을 끌어올리며 바스키아를 '유명한 화가'로 성공시킨 바 있다. 워홀 덕분에(?) 미술계를 휩쓸던 바스키아는 어느덧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 성향이었던 그는 주류로 편향되며 스스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거기에 '바스키아는 워홀에게 이용당했다', '워홀과 바스키아는 동성연애중이다' 같은 소문들은 그를 더욱 괴롭혔다. 

 

바스키아가 워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워홀은 그의 죽음에 큰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관람자 개개인만의 생각으로 남겨두려 한다.

 

(사진=루이비통재단 제공)
(사진=루이비통재단 제공)

 

전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퐁다시옹 루이 비통에서 진행중이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바스키아와 워홀, 두 사람의 협업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하고, 두 번째는 이들이 탄생시킨 작품들의 강렬함을 조명한다. 세 번째 방에서는 이들이 남긴 대형 회화, 정물화 및 유명한 아프리카 마스크를 공개한다. 이밖에도 에이즈 유행으로 인해 격동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대한 소개와 제니 홀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퓨추라 2000, 키스 헤링 등 두 사람과 함께 활동했던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프라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럭셔리 패션브랜드들은 어느시점 부터인가 예술 후원, 예술 전시 등에 앞장서 예술보다 더 예술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이 예술을 오마주하는 것을 넘어 패션이 예술을 후원하고 예술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선보이는 듯 하다. 

루이비통은 왜 예술을 전시하는가

 

럭셔리 패션브랜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는 복잡한 담론들이 얽혀 있기에 하나의 이유로만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부터 '상업적'이고 열등한 하위 예술이라고 간주되던 패션은 부단히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자 예술을 '차용'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패션브랜드들이 예술 후원 재단을 설립하고, 이러한 전시를 꾸준히 선보인다는 것은 예술을 통해 무언가 얻고자 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본다. 

 

그것이 예술의 아우라(aura)이던, 한 철이 지나면 구식이 되어버리는 유행성(fashion) 짙은 패션(fashion)이 가질 수 없는 영원성이던 말이다. 

 

이는 분명 전시를 관람하는데 있어 색다른 시선을 제공해주리라 본다.  

 

전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퐁다시옹 루이 비통에서 2023년 8월28일까지 진행된다. 해외 전시이긴 하지만 온라인으로나마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만남을 반갑게 맞이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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