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회화란 무엇인가?

Drawing the Eel, Salomon van Ruysdael (사진=The MET 제공)
Drawing the Eel, Salomon van Ruysdael (사진=The MET 제공)

 

종종 우리는 원초적인 물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누군가는 미술작품으로 재테크를 하고, 어느 기업에서는 미술을 활용해 마케팅을 벌이기도 하는 등 미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일상에 가깝게 스며들었다. 

 

미술은 무엇일까? 

 

본래 동양에서는 미술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미술은 서구의 근대문명이 아시아에 들어오며 생겨난 개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이 독일어 쿤스트게볼베(Kunstgeworbe)를 '미술'이라고 번역을 하면서 미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미술은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의미의 보자르(Beaux-arts)를 우리의 것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보자르는 16세기 다른 기술과 구별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불린 회화와 조각에 부여한 명칭이다.  이후 보자르는 일반화가 되었고, 서양의 근대적 문물을 수용하고 미술이 제도화되면서 미술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The Calling of Saint Matthew, Juan de Pareja(사진=The MET 제공)
The Calling of Saint Matthew, Juan de Pareja(사진=The MET 제공)

 

미술의 미는 아름다울 미 '美'와 재주의 술 '術'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미술이라는 단어를 하나하나 떼어 살펴보자면, 미(美)는 양 양 '羊'과 클 대 '大'가 합쳐진 단어이다. 보자르의 의미로서 미술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면, "양이 큰 것이 아름답다"는 뜻인 걸까? 그리고 왜 양이 큰 것이 아름다움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여기에는 상형문자인 한자에 중국인의 미의식이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대륙적 성향을 지닌 중국의 미적 성향이 내포된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양이 크다는 것은 단순히 크기나 수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시각적 즐거움이나 만족은 물론, 다양한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아우라(aura)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미술의 일종인 회화는 무엇인가? 

회화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친한다는 의미의 회와 그린다는 의미의 화이다. 흔히 서양의 그림은 채색을 중심으로 칠한다는 페인팅(painting)을 말하며, 동양의 그림은 붓으로 그린다는 드로잉(drawing)을 말한다. 

스위스 미술사가 하인리히 뵐플린(Heinrich Wölfflin, 1864년 6월 21일 - 1945년 7월 19일)은 회화를 선이 위주가 된 '선적(linear)' 회화와 색면이 위주가 된 '회화적' 회화로 구분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드로잉적 요소가 두드러진 동양의 회화 수묵화는 선적 회화이며, 색채를 쌓아 올라가는 서양의 회화는 회화적 회화라고 할 수 있다. 즉  회화는 칠한다의 'painting'과 그린다의 'drawing'이 합쳐진 의미라고 할 수 있다.  

 

Grooms and horses(사진=The MET 제공)
Grooms and horses(사진=The MET 제공)

형태 회화와 색채 회화의 분류도 있다. 

형태회화는 선을 중심으로 형태를 파악해 들어가는 회화이며, 색채 회화는 형태보다 색채에 가치를 둔 회화이다. 명확히 구분하자면 신고전주의 화가들을 형태회화라고 할 수 있고, 낭만주의 화가들을 색채 회화라고 할 수 있다.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고전을 충실히 모방하였기에(그리스, 로마 시대 작품으로 대부분 조각) 견고하고 완벽한 형태를 추구하려 하였으며, 색채는 부차적인 것으로 장식의 범주로 간주하였다.  신고전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나타난 낭만주의는 형태에 예술된 색채를 해방시켰다. 

 

형태가 우선이냐 색채가 우선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으나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과거의 작품을 관람함에 있어 화가들의 시선을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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