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룸 711'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월13일부터 7월6일까지 <룸 711> 전시가 진행중이다. 제우스는 1977년 프랑스 사벤느(Saverne)에서 태어나 프랑스 예술계를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흘러내림(Liquidation)이라는 본인만의 기법을 알리며 개념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글로벌 유명 기업, 브랜드의 로고를 그의 시그니처 기법인 흘러내림을 통해 무분별한 소비와 개발을 고발한다. 고가의 의류 업체부터 언론사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우스에게는 풍자의 대상이 된다. 유명 정유사의 로고가 벽에서 흘러내려서 수영장으로 흘러드는 작품 등을 통해서 소비주의와 환경오염의 폐해를 경고하는 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의 상징인 ‘흘러내림’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그의 흘러내기 기법은 우연한 계기로 발전됐다. 비가 쏟아 붓던 어느 날 밤, 창문 밖에 비춰진 루이비통, 샤넬, 코카콜라 같은 광고판은 마치 로고들이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는 것이다. 그의 흘러내림 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제우스의 상업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루브르박물관을 지적하는 퍼포먼스에서도 나타난다. 루브르박물관을 정면으로 꼬집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함에도 불구하고 루부르는 기꺼이 '룸 711'까지 내어주었다. 더욱이 그가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용한 로고의 기업들 역시 어떠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이러한 현상을 보니 덴마크 출신 예술가 미카엘 엘름그린(Michael Elmgreen)과 노르웨이 출신 예술가 잉가르 드라그세트(Ingar Dragset)가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프라다 말파(PRADA Marfa)가 떠오른다.  프라다 말파는 주민이 약 127명 정도 인 텍사스 주의 작은 마을에 설치된 프라다 매장을 가장한 예술작품이다. 프라다 같은 럭셔리 패션브랜드의 매장이 특정 지역에 들어서면 원래의 동네 주민들이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이 생겨난다. 그리고 패션의 이면인 너무 빠른 유행(fashion), 이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프라다"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프라다는 이에 대한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러한 비난을 즐기듯 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여기에는 대중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 세련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로변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프라다 매장은 그 길을 지나가던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이는 어느덧 포토존으로서 유명세를 띄기 시작하였다. 대중들은 프라다를 차용한 예술가의 작품 그 자체에 매료된 것이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제우스의 작품도 비슷한 맥락처럼 보인다. 루이비통, 샤넬, 애플 같은 브랜드들은 그 자체로  대중을 열광시킨다. 브랜드 로고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힘' 그리고 그것을 꼬집는 제우스의 관점은 대중에게 더할나위 없는 즐거운 볼거리인 것이다. 여기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술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숙함'이 작동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인 것도 있을 것이다. 

기업들도 대중의 반응을 잘 알고 있는 듯  제우스가 전달하는 경각심을 이해하면서 내심 홍보효과를 기대한다. '예술작품'에 활용된  기업의 이미지가 썩 나빠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사회의 비판적 메시지를 재치있게 전달하는 제우스의 <룸 711> 전시는 오는 7월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