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품은 박물관

솔로몬R.구겐하임 미술관(사진=구겐하임미술관 제공)
솔로몬R.구겐하임 미술관(사진=구겐하임미술관 제공)

 

대학생 A씨는 친구들과 함께 소위 '핫플'이라는 공간에 가는 것을 즐긴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고, V-log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서이다.  A씨 같은 'MZ세대'에게는 이와 같은 일들이 그저 일상이다.  새 옷을 갈아입듯이 '즐길거리'를 찾아 다니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그들에게 있어 '소셜미디어', '즐거움' 그리고 '소통'은 어떠한 행동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 그 자체이다. 

 

이에 부응하듯 박물관 역시 새로운 성격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 박물관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소장품'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단연코 '아우라'를 품고 있는 신비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박물관에 놓여 있는 물건은 모두 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일례로 박물관을 방문한 어느 관람객이 누군가가 실수로 놓고 간 비닐봉지를 작품으로 착각하여 관람을 하고 그것의 의미를 논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렇듯 일상적이고 의미 없는 '물건'에 가치를 입히고 다른 시각과 태도를 갖게 하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박물관이다.

 

하지만, 현재 동시대 박물관은 다르다. 

동시대 박물관에는 '아우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어떠한 측면에서는 박물관이 아우라를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물관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수집이 전시나 참여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라의 여부를 떠나 중요한 사실은 동시대 박물관들이 더이상 오브제(object)에 집중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브제는 19세기 특히 다다이즘 성향의 예술가들에 의해 시작된 새로운 개념으로 '일상의 물품이나 자연물 등이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분리되어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제시될 때 일상적 의미와는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뜻한다. 유명한 예시로 남성용 변기를 오브제로 사용한 마르셀 뒤샹의 '샘'이 있다.  

 

 

마르셀 뒤샹 '샘', 1917(사진=위키피디아 제공))
마르셀 뒤샹 '샘', 1917(사진=위키피디아 제공)

 

 

MZ세대를 포용하는 포스트 뮤지엄, 가상 뮤지엄

 

오늘날의 박물관들은 오브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의 절대적 전시보다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개별 관람객들의 기억, 경험, 소통, 담론 같은 비물질적 행위를 포용하며 관람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이에 대해 에일린 후퍼 그린힐(Eilean Hooper Greenhill)은 과거의 박물관 형태를 '모더니스트 뮤지엄(Modernist Museum)'이라고 칭하면서 변화된 현상을 '포스트 뮤지엄(Post Museum)'이론에 적용하여 설명하였다. 

포스트 뮤지엄이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박물관들이 MZ세대의 주요 연상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소통, 체험을 그대로 품은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결과는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가상 공간으로서 박물관'을 출현시키기도 하였다. 국제적 박물관 협의회 전 의장인 제프리 루이스(Geoffrey Lewis)은' "가상 뮤지엄(virtual museum)의 존재를 공식화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VR 전시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VR 전시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이로써 동시대 새로운 박물관의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디지털미디어, 즐거움, 소통이라는 강력한 관성의 결과로서 단순히 역사적 궤도의 한 지점으로 보는 것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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