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클라인 회고전

윌리엄 클라인 전시 포스터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윌리엄 클라인 전시 포스터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나는 언제나 내가 배운 것과 정반대의 방식을 취하고자 애썼다....카메라와 주변 장비를 슬 때, 나는 그것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도록 애쓴다. 내게 있어 사진을 찍는 행위는 사진다운 사진이 되지 않게끔 만드는 행위와 같다.

- 윌리엄 클라인 -

뮤지엄한미는 2023년 해외작가 기획전으로 20세기 시각예술의 새 흐름을 선도한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1926~2022)의 사후 첫 회고전 《DEAR FOLKS》를 오는 9월17일까지 개최한다.

클라인은 1928년 미국 뉴욕 태생으로 현대 사진을 비롯한 현대 영상미학의 시발점에 선 예술가다. 그의 사진집 '뉴욕'이 1956년 9월에 발표됨과 동시에 전 세계 사진 작가들에게 충격을 준 인물이다.

그는 미국과 사진계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미국의 이면에 숨어있는 악습이나 퇴페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사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윌리엄 클라인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윌리엄 클라인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회화, 디자인, 사진, 패션, 영화, 책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종래의 규칙과 금기, 한계를 내던진 그의 작업은 전대미문의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특질로 기존 시각예술의 전통과 미학의 판도를 전복시켰다. 이번 전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특정 장르나 작품에만 국한되어 알려진 작가의 작업인생 전반을 연대별, 장르별로 충실히 조명한다. 작업경력에 가장 핵심이 되는 195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망라해 소개함으로써 전방위 예술가로서 클라인의 진면모를 살피는데 목적을 두었다.

전시는 서로 독자적인 영역에서 일궈낸 여러 종류의 삶이 사실은 한 사람의 독창성과 영감에서 비롯된 일맥상통한 궤적이자 타고난 작가의 광범한 기량을 가리키는 업적임을 강조한다.

전시는 1950년대 초기 회화부터 기존의 기하학적 추상이 가진 정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시도한 포토그램, 야외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첫 사진작업, 현대사진의 도화선이 된 〈뉴욕〉을 비롯한 도시 거리사진과 사진집들, 1960년대 레트리즘 회화, 1955년 『보그』와 협업으로 시작한 패션사진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와 장편 극영화, 1990년대 밀착 프린트 작업까지, 작가 작업생애의 주요 작품 130여점과 자료 40여점을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사진=Holden Lunz Gallery 제공)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 작품 (사진=Holden Luntz Gallery 제공)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 기술 : 셔터 찬스 우선법

클라인은 셔터 찬스를 모든 조건 중에서 최우선으로 하였다. 

셔터 찬스 우선이란 현실의 공간을 사진에 정착시키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클라인은 찍고자 하는 대상을 마주쳤을 때 그 현실 속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그 순간을 셔터 찬스로 포착한다. 이것은 작가의 의식 세계에서 벗어나 대상의 이미지를 잡기 위한 것이다. 즉 이데올로기나 관념적인 세계관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역동적인 현실을 잡아내는 것이다. 

셔터 찬스를 우선으로 한 클라인의 사진 속 현실은 거칠고 강렬하며,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현실을 고발하다. 

"뉴욕은 지전분하고 타락했고 불안하고 고뇌로 가득찬 세계의 중심부였다." - 윌리엄 클라인

클라인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그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사진적 실험을 해볼만한 장소로 여겼다. 그는 거칠고 힘든 뉴욕에서 격렬히 사진을 찍었다. 자신이 화가로서 배운 모든 것과 뉴욕에 대한 열광을 혼합하였고, 이방인으로서 뉴욕을 대했다.

카메라의 흔들림, 거친 입자, 뭉개진 톤 등 과거 사진에서 금기시된 수법들을 대담하게 구사하면서 뉴욕의 모습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외와 부정적 인간상을 들추어 내었다. 

윌리엄 클라인 사진 작품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윌리엄 클라인 사진 작품 (사진=뮤지엄한미 제공)

 

인류를 향한 부드러운 호소인 ‘DEAR FOLKS’라는 전시제목은 그의 풍자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인간적 면모를 십분 투영한 서신인 한편, 일평생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 속에 있고자 했던 작가의 작업세계를 압축한다.

현대문명에 대한 비관과 현대 도시인들의 인간성 상실 및 소외감을 다루는 클라인의 사진들은  현대적 살의 실상을 전면으로 끌어낸다.  

약 50년의 예술활동을 아우른 이번 전시를 통해 세간에 가장 비타협적이면서도 이질적인 문화와 사상, 인간군상을 한 프레임 안에 아우르고, 냉소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재치 있고 인간미 넘치는 클라인의 유연한 예술세계를 한층 깊이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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