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 협박 vs 미 ‘행동하라’




자살 임무를 맡은 30대 '로켓맨'이 제대로 화가 났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야기다.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에 깡패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대냐”며 대꾸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고 유례없이 성명도 직접 읽었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위협도 했다. 미국의 ‘선빵’에 "무엇을 생각했든 그 이상 결과를 볼 거"라며 단단히 벼른 것이다.


트럼프를 겁먹은 개에 비유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한발 더 나아갔다.


뉴욕을 방문 중인 그는 9월 22일 김정은이 말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이 뭐냐고 묻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천기를 누설한 것이다.


미국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태평양에서 수소탄 실험을 한다?


북한이 내세우는 화성 미사일을 쏘든 SLBM으로 태평양 수중에서 수소탄을 터뜨리든, 말 그대로 감행한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길이다.


미국의 말 선빵에 발끈해서 내뱉은 말일까?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고려하지 않고 미국만 탓하는 것일까?


어쨌든 미국은 북한의 말 폭탄과는 별도로 차근차근 액션 플랜을 가동하는 느낌이다. 경제 외교적 압박과 군사 대응 투트랙으로 말이다.


1. “행동하라” 경제 외교적 압박


트럼프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과 기업, 개인을 규제하는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불량정권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의 무역에 관계된 특정 거래를 알면서도 가능하게 하는 외국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했고 북한의 섬유와 어업, 정보기술, 제조업 등도 제재 대상 거래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돈줄을 전 방위적으로 죄는 제2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식 제재를 분명히 하면서 세계 경제 주체들에게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에 중국은 일단 동참하는 분위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중국내 일선 은행에 통보하면서 미국의 북한 돈줄 죄기에 협력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대북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이제 관심은 러시아다. 미국으로부터 “북한 강제 노동의 최대 고용인”이라는 지적을 받은 러시아가 미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를 겨냥한 BDA식 경제 제재의 효과를 너무나 잘 아는 미국으로서는 외교 수단을 총 동원해 이 조치를 강화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2. 군사 대응책 


미국은 한편으론 북한의 말 폭탄이 혹시라도 현실화 할까봐 (혹은 북한 군사 위협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군사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① 북한 핵 미사일 뿐 아니라 북한 재래식 공격 대비책도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작전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그것도 미국 본토에 있는 야전 포병대를 한반도에 긴급 전개해 실사격 훈련을 한 것이다.



▲ C-130 Hercules 수송기에 실리고 있는 Himars(고기동 포병로켓시스템). 미국은 이번에 본토에서 직접 Himars를 전개해 포격연습까지 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브래그 육군기지 소속 제18야전 포병 여단이 서해안에서 ‘고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위력을 확인했다. 약 5톤짜리 군용 트럭에 다연장로켓 발사기를 실은 무기로 한 번에 6발의 로켓탄(사거리 30∼70km)이나 1발의 전술지대지미사일(사거리 300km)을 발사한다. 이는 군사분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② 뿐만 아니라 유사시의 자국민 소개 계획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민간인 대피 작전을 책임진 미 국방계획국 소속 부차관보급인 존 설리번 소장과 전략부문 부차관보 엘리자베스 코드레이가 지난 13일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유사시 주한미군 가족과 미국 시민권자 · 영주권자 등 한국에 거주하는 27만 명의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소개(疏開)작전’의 실무책임자다. 





이들의 이례적인 동시 방한은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종합해 보면 북한의 말 폭탄에 미국은 액션 플랜을 이미 가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못할 게 뭐 있느냐"라고 대꾸했다. 북한과의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사상 최악의 수단 운운하며 말 폭탄을 쏟아내며 위협하는 북한.


완전 파괴 언급에 이어 액션 플랜을 가다듬는 미국.


‘강한 압박과 평화’ 투트랙 전략으로 현 위기를 넘겠다는 한국.(물론 지금 단계에선 압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제2의 전쟁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말이 우리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되기보다는, 현 단계가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급격한 위기 국면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맥락으로도 읽히는 게 필자만의 기우일까?


정말이지 한반도 안보 상황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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