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진입하면서 날씨가 추워지고, 몸이 굳고 따뜻한 곳을 찾게 된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근교 스키장이 있는 곳이라 서울보단 기온이 3도 가량 항상 낮다.


역시 이곳 겨울은 춥다.


주말 추위에 집에서 난방비를 아낀다고 떨고 있다가 근처 목욕사우나를 찾게 되었다.


반가운 더위, 따뜻함에 어깨가 펴지고 정신까지 넉넉해진 느낌적 느낌이랄까 ! 후끗한 수분많은 공기가 몸을 감싼다.


이렇게 따뜻함에 어깨를 펴고 눈을 들어보니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듯한 그림인데 자세히 보니 고갱의 그림 타히티의 여인들이라...


고갱과 타이티의 여인들.





고갱도 43세 늦은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서 20년 남미와 남태평양의 타히티에 머물면서 자신이 추구한 이상향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림에는 묘한 원시성과 종교적인 그의 해석을 볼수 있고 타히티에서 만난 강렬한 원색의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춤을 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서양 미술사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희고 빛나는 여인들이 아니라 검게 그흘리고 구릿빛의 건강한 여성들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유럽 각국의 식민지 쟁탈의 산물도 슬쩍 그림 가운데 엿볼 수 있겠으나 그런 각도에서만 작품을 볼 수 없는 터. 그 그림의 어떤 시선에서 바라봐야 좋은지 제대로 된 위치를 찾으면 그림가운데 속삭이는 내밀한 대화가 가능해 진다.


이 화가는 문명의 호의와 풍요를 누려보진 못했지만 아름다운 남국의 여인과 화창하고 원색적인 자연이 그를 위로 하였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꿈을 꾼 이상향을 기록했다.





그가 끼친 영향은 20세기 미술사에 크다.


그동안 지배했던 평면 회화의 질서인 원근법에 구애받지 않는 구도, 외곽선을 강하게 하여 화면을 신비하게 연출하고 종교적 주제와 원시미술이 가지는 정신적 이미지를 구현했다.


말년 고독과 병마에 싸우며 죽음을 맞이 했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타히티의 자연과 여인들이 이 먼 한국땅 시골 목욕탕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들은 이 같은 추위를 느껴보진 못했겠지..


타히티에서 홀로 그림을 그렸던 고갱의 눈으로 나는 그 여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 이아 오라나 마리아(아베 마리아) 1891년 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이들은 이 같은 추운 경험은 없겠지 ?


너희들이 추위를 아느뇨?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전해져온다.


이연주/작가

한국에서 동양화를 배운 후 독일에서 회화와, 사회와 연관된 예술을 공부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대학교에서 드로잉을 가르치고 생활 속에서 어떤 예술같은 일들이 마주하고 있는지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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