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원봉사 기원은 조선시대 말 기독교와 민주주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서양의 자원봉사활동도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 1903년 YMCA창립을 계기로 자원봉사활동이 시작되었고 교회, YMCA, YWCA, 사회단체, 여성단체들에 의해 사회전반에 걸쳐 자원봉사 활동이 전개되었다. 1960년대에 적십자 운동, 1970년대에는 사회복지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으며,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에서 자원봉사가 생겨났다. 각종 자연재해와 패전을 겪은 일본은 일찍부터 '자생적으로' 자원봉사 개념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재해, 사고 후 어수선한 사회를 수습하고자 주민들이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운영한 것이 자원봉사의 초기 모습이었다. 1995년 일어난 고베대지진 후 무너진 사회 기반시설을 다시 세웠던 것도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의 힘 덕분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국가가 직접 나서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전쟁은 일본을 '자원봉사 국가'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의 자원봉사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 일본 전역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당시 두 곳을 합해 인구 60만 명이었던 도시에서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2만 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유례없는 피해 규모에 일본 정부는 넋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역사상 외세의 침략을 당한 경험도 거의 없었고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다. 도시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펼친 복구 정책이나 지원책도 미비했다.


폐허가 된 곳에서 한낮에 발생하는 폭력, 절도 등의 범죄와 원자폭탄에 피폭된 피해자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당시 상황은 지옥 그 자체였다. 이 아수라장을 국가가 홀로 수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지역 독지가,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단체들이 피해지역에 생필품, 금품 등을 전달하는 자선 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가가 아닌 주민들에 의한 자생적이고 비조직적인 봉사활동이었다.


마을마다 '노인클럽' '사회청년부' 등의 봉사 단체도 생겨나 노인이 나서 몸져누운 이웃 노인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청년들이 동네의 궂은 일을 했다.


민간에서 시작된 자원봉사 체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점차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자원봉사' 의미를 만들어갔다. 1962년 정부가 지역마다 선의(善意) 은행을 설치하면서 행정기관과 봉사가 필요한 주민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모금활동이나 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을 발굴하거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일 등을 정부에서 관할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주요 도시마다 세워진 자원봉사센터의 시초였다.


일본은 1962년부터 미국의 영향을 받아 사회복지협의회, 선의은행, 자원봉사자협회, 오사카사무국, 후지사무국, 일본청년봉사협회 등의 민간 사무국 활동 등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1960년경부터 자원봉사기관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일본의 독지가, 청년들의 활동에 의해 사회복지시설 만들기를 하려거나, 사회교육의 캠프를 하려고 하는 정도의 단체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친 고도성장과 1973년에 불어닥친 석유파동은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지역사회의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복지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이 일로 인하여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과 자원봉사활동을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1973년부터는 중앙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에 의해 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중앙에 ‘전국자원봉사활동진흥센터’ 도도부현, 지정도시에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하는 등 자원봉사활동 추진체계가 정비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1979년 서구형의 고복지 고부담이라는 복지국가의 폐해를 방지하고 일본에 적당한 복지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일본형 복지사회’에 대한 구상이 발표되었는데 이러한 구상들은 ‘임시 행정 조사회 행정개혁’에 의해 재택복지를 기본으로 한 지역복지의 활성화 및 복지의 유료화 및 상품화,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 실시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형 복지사회의 구상에 입각해 서비스의 책임을 큰 정부에서 지역사회로 전가시키면서 지역복지, 재택복지추진은 시정촌사회복지협의회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증대되어 1983년에는 지역복지, 재택복지서비스를 떠맡은 시정촌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 기반 강화를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을 일부 개정하여 시정촌 사회복지협의회가 제도화돼 가기 시작하였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자원봉사활동은 복지분야뿐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특히 기업과 학교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일본의 경우 최근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가족형태나 부양의식의 변화, 생활의 질이나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는 배경 등으로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자원봉사 등록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오사카는 일본에서 자원봉사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1995년 1월 고베대지진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은 100만 명 정도였고 대부분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대도시인 오사카 시민이 주축이 됐다.



▲ 지난 2006년 8월 열린 제10회 한일 대학생 국제자원봉사캠프 기념사진.



방범봉사대가 구축돼 부족한 경찰력을 보충하기도 했고,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현장 수습, 대피소에서의 이재민들의 생활 지원, 가설주택 공사 등에 투입됐다. 학생에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섰다.


지진 후 2년 만에 무너졌던 도로, 철도 등 기반 시설을 모두 복구하고 주택도 정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이를 토대로 일본에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높이 평가됐다. 지진 수습 후 '비영리활동촉진법'이 제정돼 일본 곳곳에 자원봉사센터가 생겨 지역의 대기업, 공무원에게 자원봉사 참여를 제도적으로 권장하게 됐다.


이 때문에 고베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은 일본에서 '자원봉사 원년의 해'로 제정됐다.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지진을 이겨낸 뒤 일반 시민들도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지진 후 생겨난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안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회 공익을 위한 시민단체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자원봉사활동의 특징은 이렇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봉사활동을 하다가 정부가 개입해 체계화한 것을 들 수 있다.



▲ 88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86 서울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정부주도하의 자원봉사활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관변주도의 상명하달식 자원봉사 전통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자원봉사 활동이 입시나 취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기도 하다.


피처링은 앞으로 자원봉사 현장의 소리들을 본격적으로 발굴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한국식 자원봉사 문화의 전형을 탐색하고, 그것을 독자들과 공유할 것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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