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이 공식식적으로 문을 연 1일, 자원봉사자들이 비둘기 모양의 풍선을 들고 올림픽 선수촌 개촌을 환영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인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개막도 하기 전부터 '엑소더스'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자원봉사자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2천여 명이 돌아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번 대회에 투입하는 자원봉사자는 1만5천 명이다. 이탈자를 고려해 넉넉하게 선발했지만, 이탈이 가속할 경우 원활한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9일 이후 자원봉사자 이탈자가 대거 발생할까 노심초사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달리 2천여 명은 이곳에 합류하기 전부터 포기한 분들이다. '몸이 아프다, 유학을 가게 됐다, 취업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자원봉사자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더 늘어나는 게 아닌지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한국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1호이자 최고령 자원봉사자인 임경순(88) 단국대 명예교수도 포함돼 있다.


당초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내 스키 역사박물관에서 근무할 계획이었던 임 명예교수도 건강 문제로 평창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조직위는 자원봉사자에게 옷부터 손목시계까지 총 100여만원에 달하는 9개 물품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물건만 받고 잠적하는 자원봉사자 '먹튀' 가능성을 지적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유니폼까지 다 받아간 뒤 여건이 안 되겠다며 돌아간 사람은 10명 안팎이다. 중간에 돌아가는 분들은 유니폼을 회수하고 있다. 장염에 걸린 어떤 분은 치료를 마친 뒤 패럴림픽에 다시 오겠다며 직접 유니폼을 반납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원봉사자 처우 논란에 대해 조직위는 "숙소 생활 환경은 물론 셔틀버스 추가 투입 등으로 불편해소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개선을 약속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 역시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이탈하지 말고 함께 참여해달라"며 올림픽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조직위원회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대회 운영인력 8만3000여명의 처우개선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2만10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1만1000여명의 단기지원(파견)자, 수천명의 단기고용 인력 등이 투입된다. 일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횡계, 강릉 등지의 경기장과 주요시설에 순차적으로 배치됐다. 

 

대회가 열리는 평창, 강릉 지역에는 대회운영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11개 지역 87개 숙소에 분산돼 있는 대회운영인력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를 운영하는 기술요원 등은 경기장 인근 숙소에 배정됐지만, 자원봉사자와 단기지원자 등은 상대적으로 원거리에 머물러 장시간 출퇴근을 감수하고 있다.




   

조직위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운영인력을 위해 숙박과 수송, 식음 등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숙박환경 개선을 위해 자원봉사 취소자 등으로 발생한 빈방을 활용, 객실정원을 하향 조정하고 세탁기와 건조대 등 집기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일부 대학기숙사에 설치돼 있는 코인세탁기를 무료로 사용토록 하기로 했다.


다만 숙박 인프라가 부족하고 숙박계약이 이미 완료됨에 따라 숙박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회운영인력의 수요조사를 토대로 대회기간 총 4637대의 버스를 증차(당초 2만1043대)해 출퇴근 편의를 돕고, 버스를 놓치거나 인원을 초과할 경우 활용하기 위한 예비차량 100대를 매일 투입한다. 인력이 많이 투입된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촌에는 별도의 차량을 배치해 자체 운용하고, 승하차장 위치 안내와 운전기사 교육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오버레이(가건물)의 상수도 시설 미비로 야기된 부살한 식사는 현재 정상화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달 말부터는 매일 1인 3000원 상당의 간식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버레이에 칸막이와 천장을 설치하고 열풍기 등 난방기 1000대를 추가 배치하고, 야외 근무자에게 핫팩 등 방한용품을 배포하기로 했다. 사기진작을 위해 자원봉사 인증서와 대회 참가 증서를 수여하고 자원봉사자가 머무르는 숙소에서 취업설명회, 명사특강, 공연 등도 개최한다. 강릉·동해 지역의 영화관 할인, 오죽헌·부채길 등의 입장료 면제 혜택도 제공한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이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비도시 산간지역에서 개최되고 있어 숙소 등 생활환경이 열악한 형편이나, 자원봉사자 등 대회운영인력에게 조금이라도 개선된 숙소 환경과 교통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회운영인력도 힘들겠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동계올림픽을 내 손으로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자긍심을 갖고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 처우는 수개월 전 미리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그들의 사기진작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늦게라도 조직위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림픽같은 큰 대회를 치르면서 그 나라의 자원봉사 문화 수준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일본도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자발적인 자원봉사 문화 형성의 전기가 마련된 바 있다. 우리도 평창올림픽을 통해 자원봉사 문화가 더욱 성숙해지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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