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간과 평양 시간이 나란히 걸린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화제로 농담도 하며 어색할 법한 회담장의 분위기를 녹였다. 이런 저런 환담을 하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방북 걱정을 한다.

 

"문 대통령이 북에 오시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군요."


셀프 디스까지 곁들였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최고 영도자이자 수령인 김정은 위원장. 주체사상에서 무오류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수령이 내놓은 말이라고는 믿기는 않는 대목이다.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저개발국의 국가수반이라면 혹시 할 수 있는 말을 ‘무오류의 북한 수령’이 내뱉은 것이다.


(서울과 평양의 시차가 불과 30분이어서 머리가 아플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서울과 평양의 30분 시차도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5월 5일부터는 시간통일이 이뤄진다)


실제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비단 철도 도로뿐이겠는가? 북한의 경제는 수십 년 자력갱생 기간을 겪으면서 저개발 된 상태이다. 11년 전인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선 낙후한 북한 경제를 개발하기 위한 각종 경협 사업이 총망라돼 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 경제 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강원도 고성 위에 위치한 안변과 평안도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백두산 관광 실시와 이를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 선언이 제 궤도에 오른다면 바야흐로 남북 신경제협력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추구해 온 북한식 경제 개발 정책과 맞물린다면 북한의 개혁 개방까지도 가능할지 모른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보낸 축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적극적인 발전을 이뤘다"면서 "북한이 김정은 지도하에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에 더 큰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추진한 각종 정책이 중국의 과거 개혁개방 초기와 비슷하다고  중국이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추측케 한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은 인민생활 중시를 강조하면서 시장경제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6.28 방침 및 5.30 조치 등 경제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2013년 11월 21일엔 ‘외자 유치와 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 개발구 13곳을 발표했다. 기존의 경제 특구까지 합치면 20여 곳에 달한다. 경제 개발구와 경제 특구가 목표로 잡은 외자 유치 규모는 15억 9000만 달러(약 1조6800억원)였다. 


물론 핵과 미사일 개발로 외국인 투자 유치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이같은 김정은 식 경제개발 정책이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와 맞물린다면 새로운 한반도 경제 지도를 그려볼 수도 있다. 


관건은 돈이다.


한국 건설산업연구원은 남북 경협이 확대될 때 북한 교통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갈 돈이 10년간 최대 270조원이라고 추산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에 북한 인프라 개발 비용을 150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가 운용 중인 1조 6천억의 남북협력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경협을 위해 조성된 기금은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남북 경협과 북한 개발이 한 묶음이라고 본다면 남한의 투자도 필요하겠지만, 국제개발은행(IBRD)이나 아시아 개발 은행 같은 국제사회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북한이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와야 가능한 것이고 북한도 자신들을 믿을 만한 나라, 정상적인 국가라는 걸 증명해야 가능하다. 결국 신뢰의 문제이고, 다시 종착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다.


남북 신경제협력과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의 정상국가화 등 험난한 과제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승-전-북한 비핵화로 귀결된다.


[판문점 정상회담 ④]가 이어집니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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