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40대 주민에게 폭행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끝내 숨을 거뒀다. 모범상을 받기로 돼 있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하는데, 또 얼마 전 손자가 태어난 사실까지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73살 경비원은 혼자서 경비실을 지키고 있었다. 20년 전 서울에 올라온 두 아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가족 같은 모범 경비원으로 불렸다. 그때마다 경비원은 사흘 전 태어난 손자를 자랑했다고 한다.


유족측에 따르면 "상금을 꼭 타서 주시려고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하셨대요. 달력에 매일 같이 하루를 긋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지난달 29일 술에 취한 주민 45살 최모씨는 경비원을 찾아가 무차별 폭행했다. 최씨는 경비원이 층간 소음을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경비원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동료들은 경비원을 향한 위협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경비원은 "시끄럽게 한다고 와서 문 두드리고 그냥 발로 차고 술 먹고 행패 부리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아파트라는 데가 이게 특수한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주민들로부터 경비원이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례는 3702건이나 된다. 하루 평균 2건이 넘는다. 유족들은 고령의 경비원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검찰은 구속된 주민 최씨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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