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여중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잠을 자다 아파트 12층에서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약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아이에게 타미플루를 먹여도 되는지 걱정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2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5시59분쯤 부산 연제구 모 아파트 1층 화단에 여중생 A양이 숨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방 창문이 열려 있고 특이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A양이 12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A양은 전날 독감 증상으로 병원에서 타미플루와 해열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한 뒤 잠자리에 든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딸이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A양의 사망과 타미플루 복용 사이 인과관계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10대 어린이와 청소년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는 여러 건이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뒤 21층에서 추락 사망해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받았다. 2005년 일본 아이치현에선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 약을 10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먹여도 되는지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보건 당국은 처방 시 주의하라는 원론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09년과 2017년 약사와 의사들에게 지침을 내렸고 주의사항에 그런(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사람에게 처방하지 말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날 의료인, 환자 등에게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제조·수입사인 한국로슈는 ‘10세 이상 소아 환자는 원칙적으로 이 약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국로슈는 그러면서 ‘자택에서 요양하는 경우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은 소아, 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배려할 것에 대해 환자 및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실에서는 상당수 병원에서 독감 증세에 타미플루를 처방해주고 있어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8세 이하 청소년에게서 이런 부작용이 더 많이 일어나는 만큼 의사가 처방 단계에서 아이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타미플루 복용에 대한 보호자의 동의를 받거나 보호자에게 약의 위험성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약사는 “타미플루 부작용 중 이상행동은 상대적으로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독감 시 타미플루 처방은 불가피해 복용 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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