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투(#MeToo) 운동 선구자 서지현(45) 검사가 주류(主流) 만을 지향하는 검찰 내부 문화를 겨냥하며 “메스껍다”고 지적했다.


4일 서 검사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동료들의 진술 기록 일부를 확인한 뒤 페이스북에 “검사 대부분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주류 속에 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적었다. 그는 현재 검찰 내 주류는 여전히 ‘우병우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2004년 검사 임관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사법연수원을 마친 검사는 2월, 법무관을 마친 검사는 4월에 임관했다”며 “2월에 임관한 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4월에 임관한 검사는 대통령 직무대행 고건 전 총리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명장 명의가 다른 이유는 2004년 3월 12일 故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나온 5월 14일까지는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다.


서 검사는 “4월에 임관한 검사 중엔 2월에 임관한 검사를 보고 ‘우린 고건한테 임명장을 받아 너무 다행이다, 노 대통령한테 임명장을 받은 애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검사하느냐’고 비아냥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땐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는데, 검사생활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 주류라는 오만, 주류에의 동경…’이라고 적으며 “대부분의 검사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주류 속에 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며 “비주류로 분류되었을 때는 현직 대통령조차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검사들에 대한 성폭력 역시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었으며, 검찰 내 주류는 정권과 상관없이 항상 같았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동료 검사들의 진술을 일부 확인했다고 전하며 “관련 검사들의 새빨간 허위진술을 본 후에 시작된 메스꺼움이 며칠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나는 그래도 일부 정치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는 선량하다 믿고 15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명백히 비주류로 분류된 나를 향한 그들의 멸시와 조롱에 선량하다고 믿었던 검사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사무친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글 하단에 해시태그를 달며 “너희들도 가치가 다하면 순식간에 버려져 비주류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니”라며 “진정한 창피가 무엇인지 좀 알아야 할 텐데”라고 적었다.


서 검사는 자신의 상사였던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해 1월 폭로했다. 이후 안 전 검사장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지현 검사의 글은 한국의 주류 검사에 대한 통렬한 화살이다. 검찰 조직은 한국의 권력이 군대에서 문민사회로 넘어오면서 정권의 비호하래 점차 비대해졌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통치기를 넘어서 비주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검찰권력은 감히(?) 대통령 면전에서 청탁을 거론하며 맞서는 안하무인의 조직이었다.


이를 목도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힘을 빼기 위해 사법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그 성과는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힘 없는 국민의 편이 아닌 권력에 붙어 살아남은 검찰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서지현 검사의 글은 그래서 분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서지현 검사가 올린 글 전문.


[메스꺼움]


검찰은 사법연수원 마친 검사는 2월, 법무관 마친 검사는 4월에 임관해왔다. 내가 검사가 된 2004년 2월 임관 검사는 노무현 대통령 명의의 4월 임관 검사는 대통령 직무대행 고건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 4월 임관 검사 중엔 2월 임관 검사들을 보고 “우린 고건한테 임명장 받아 너무 다행이다. 노무현한테 임명장 받은 애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검사하냐” 비아냥거리는 자들이 있었다.


사실 그땐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였지만, 검사생활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 주류라는 오만, 주류에의 동경… 대부분의 검사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주류속에 남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비주류로 분류되었을 때는 현직 대통령조차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았고, 여검사들에 대한 성폭력 역시 비주류에대한 멸시와조롱이었으며 검찰 내 주류는 정권과 상관없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었다.


증거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복사가 허가되었다. 관련 검사들의 새빨간 허위진술을 본 후 시작된 메스꺼움이 며칠째 가라앉지 않는다. ‘노무현 임명장 창피’운운이 떠오른건 그 때문인가보다. (아니면 여전한 우병우의 눈빛 때문인가-검찰내 주류는 여전히 우병우라인이다.)


나는 그래도 일부 정치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선량하다 믿고 15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명백히 비주류로 분류된 나를 향한 그들의 멸시와 조롱에 선량하다믿었던 검사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사무친다.


하나로 전체를 일반화하면 안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나와 함께 15년을 살아온 저 검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서기관, 사무관 한명한명의 행위 역시 단 한명의 오만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삐뚤어진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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