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에 빠졌던 재미 한국인 여성 살해사건 진범이 20년 만에 드러났다.


ABC 뉴스 등 미국 언론은 5일(현지시간) 1998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여성과 10대 소년이 모자 관계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두 살인사건의 진범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8년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고속도로 근처에서 소년의 시신이 잔디를 깎던 일꾼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DNA 검사 결과 아시아인과 백인 혼혈계로 밝혀졌다. 수사당국은 소년의 몽타주를 만들어 미 전역에 뿌렸지만 20년이 지나도록 신원도 파악되지 않았다.





미제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지난해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오렌지카운티 수사관인 팀 혼이 소년의 시신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재조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수사관들은 소년의 DNA 분석 결과를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가까운 친척으로 추측되는 인물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소년의 신원이 미시간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에서 자란 로버트 보비 아담 위트(10)로 확인됐다. 팀 혼은 “친척들은 소년의 어머니 역시 비슷한 시기 사라졌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소년의 어머니 역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수사당국은 같은 해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추적했다. 경찰은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기 4개월 전 더럼에서 346km 떨어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에서 발견된 아시아계 여성 시신에 주목했고, 그 여성이 소년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성은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채였으며 나체로 손이 결박된 채 숲에 버려져 있었다. 아시아계라는 것 말고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미제로 남겨졌던 사건이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DNA 검사 결과 피해자들이 모자 관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관들은 한국 당국과 국제경찰의 협조로 여성의 신원을 파악했고, 여성은 한국인 조명화씨로 확인됐다. 친척들은 조씨가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한 줄 알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씨의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조씨의 남편은 무장강도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의 거듭된 심문에 남성은 아내 조씨와 아들 로버트를 차례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살해 시기와 동기, 장소 등 정확한 사건의 개요가 확인된 후 남성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맡아왔던 팀 혼 수사관은 “소년의 사건 파일을 책상 밑에 두었는데 이 파일은 내가 움직일 때마다 다리를 건드렸다”며 “어린 소년의 죽음이 잊히지 않도록 끝까지 수사에 임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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