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58)는 7일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해왔고 대통령께서 거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이 같이 주장했다. 다만 유 변호사는 “당시 거절하신 이유에 대해 말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프로그램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2017년 3월 31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황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고를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 21일 책상과 의자가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사용 침대라도 넣어달라고 했고 그것은 교도소에서 조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 수인번호는 이미 인터넷에 떠돈다”며 “자기를 법무부 장관으로, 그리고 국무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데 수인번호를 모른다는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선거 사무실 호수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과 같다는 질문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까지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는 “황 전 총리가 친박(친박근혜)이냐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근황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건강이 좋지는 않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몸무게가 39kg까지 줄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주로 독서를 하고 주어진 운동시간에는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TV나 신문은 안 보지만 지지자들이 신문과 방송 보도를 정리해 편지로 보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용은 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탄핵 재판과 ‘국정농단’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아왔다.


그동안 언론노출을 꺼리던 유영하 변호사가 TV조선에 단독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한 것은 그 이면에 정치적 메시지가 짙게 깔려 있다. 일단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 출마선언을 한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해 "확실히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시그널을 지지세력에 보낸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수감 뒤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전 총리가 그의 '주군' 수감생활에서 발생한 작은 민원도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원망성 인식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황 전 총리의 애매모호한 행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더 '격노'했을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총리의 관운을 누렸던 최대 수혜자였다. 황 전 총리 입장에서는 박근혜의 이너서클이 아닌 상황에서 발탁돼 '보은'에 대한 의식이 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임명해준 '주군'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자신의 직을 걸고 그를 보호했어야 하는데, 황 전 총리는 수감생활의 편의문제마저 외면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


황 전 총리로서는 자신이 '박근혜 사람'으로 인식되는 순간, 당 대표 선거에서 확장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동시에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의식이 태생적으로 약한, 엘리트 의식도 숨어 있다. 그동안 언론에 박근혜-황교안 관계가 삐걱거리는 징후가 일부 포착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마저 모르고 있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질타'가 모든 정황을 말해준다. 황 전 총리로서는 이미 침몰해버린 배를 두고 애착을 가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이왕 정치를 하는 마당에 또 다시 박근혜라는 이미지가 거추장스럽게도 여겨졌을 것이다.


유독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인복'이 없는 것 같다. 수감된 주군을 위해 누구 하나 끝까지 신의를 지키며 공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황 전 총리는 그런 역할은커녕 오히려 박근혜와의 단절을 시도하며 입신양명을 꾀하고 있다. 황교안이 안 되는 이유는 명분도 없이 신의와 의리를 저버린 '뒷골목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바보인가. 어정쩡한 황교안의 행보를 보노라면, 그의 이름과 유사한 별명이 절로 떠오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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