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춘(68) EBS 이사장은 작년 9월 이사장에 취임할 즈음 청와대에 아들이 마약 밀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사실을 전했다고 22일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후배가 많이 들어가 있고 조현옥 인사수석도 따지고 보면 후배"라면서 "누구라고 밝히진 않겠는데 2심이 끝나고 3심(대법원) 판결 전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2심에서 이렇게(유죄선고) 됐다. 그런데 이거 잘못됐다. 무죄다. 1심이 맞는다. 나중에 모르고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알고 있으라고 내가 일러준다. 3심에서 잘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알겠다. 잘하시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유 이사장의 아들 신모(38)씨는 대마를 우편물에 숨겨 국내에 들여온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2017년 11월 검찰에 체포된 신씨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같은 해 7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은 약 석 달 뒤인 지난해 10월 신씨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확정했다. 유 이사장은 대법 판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일요신문 인터뷰에선 유 이사장이 청와대에 알린 시점이 이사장 임명된 9월 이전인지, 이후인지 정확히 나오진 않았다. 유 이사장은 '2심(7월)이 끝나고 3심(10월) 판결 내리기 전쯤'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아들을 돕기 위해 동생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창동 감독이 대법원에 탄원서도 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일요신문에 "3심에서 본인과 변호사, 이창동 감독이 쓴 걸(탄원서) 읽기만 하면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고 (대법원이) 판단해 줄 거라고 믿었다. 유시민도 썼다"고 말했다. 이들 탄원서에는 ‘본인이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고 아무 증거가 없다. 똑같은 증거를 가지고 1심은 무죄를 선고하고 2심은 왜 이렇게 될까 법리적용을 살펴봐 달라’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아들과 유시민 사이가 아주 각별하다. 유시민이 얘(조카 신씨)를 업어서 키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아들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해 "이 사건 관련 검사가 좀 괘씸했다. 왜냐하면 지난 정부 때 7년 동안 국정원 파견됐다가 돌아온 검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정원에 파견된 것은 일반인이 알기 힘든 정보 아니냐’는 일요신문 질문에 그는 "며느리(신씨 부인)가 너무 억울하니까 네이버에서 조사하고 탐문도 하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다"며 "며느리는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한편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유 이사장의 아들이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조카인 신모(38)씨가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받은 전력이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청와대가 이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유 이사장 본인의 진술도 나왔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청와대는 신씨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유 이사장의 임명을 강행한 것이어서 편파 검증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유 이사장은 아들의 3심 재판을 앞두고 동생인 유시민 이사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영화감독이 탄원서를 쓴 사실도 밝혔다.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흠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당사자로부터 사실을 전해 듣고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민 무시할레오’”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이용해 비꼰 것이다. 김 의원은 “심지어 유시춘은 아직도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며 자리를 지키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EBS 이사장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시춘 이사장이 다른 기관도 아닌 한국 교육방송의 상징과도 같은 EBS 수장으로 들어가면서 아들이 마약밀수에 연루된 것까지 밝히면서도 청와대가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여론도 상당히 따가운 편이다. 이는 유시민 이사장의 여권 내 입지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현재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실상 청와대 장외 정무수석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보다 더 빠르고 시의적절하게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대응책을 장외 주문하고 있다. 그의 현재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볼 때 그의 친인척과 관련된 사안이 엄정하게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유시춘 이사장이 EBS에 적합하고 능력이 있는 인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정치 행태를 볼 때 공직자가 자신의 순수한 능력으로만 검증돼 임명된 적이 별로 없다. 친인척의 비리나 그 밖의 사생활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이 되기 일쑤였다. 유시춘 이사장도 바로 그런 점에서 '내로남불' 인사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 문제에 길게 침묵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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