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사고 2주기였습니다.

1주기에 이어 2주기에도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그 날의 참사를 떠올리며 추모 분위기에 젖었습니다.


아이들을 구조해 내지 못한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도 새삼 거론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궁금증을 다각도로 조명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눈길을 끈 것은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경본청 간 통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의 통화 내용을 복기해보면, 대한민국에 과연 내 안전을 맡길 수 있을 지 회의감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뭐든 잊히기 마련,

'피처링'에서 이날 방송을 통한 핫라인 통화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를 인지한 건 오전 9시 14분, 한 뉴스 채널 속보를 통해서입니다.

이후 오전 9시 20분, 핫라인을 통해 청와대와 해경본청 간 첫 번째 통화가 이뤄집니다.


청와대 : 네, 수고하십니다.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인데요. 진도에서 그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습니까?

해경본청 : 네, 저희 지금 그 현황 파악 중입니다.

청와대 : 어디 쪽인지 카메라 나오는 건 없죠?

해경본청 : 네. 아직 없습니다.


2분 뒤인 오전 9시 22분.


청와대 : 배 이름이 뭐죠?

해경본청 : 세월호요, 세월호.


오전 9시 31분.

청와대는 기본적인 사태 파악에 나섭니다.


청와대 : 어디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청와대 : 출발 시간이?

청와대 : 도착 예정시간은요?

청와대 : 배의 크기는 어떻게 되죠?


이미 세월호는 정전이 일어났고, 선실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123정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사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오전 9시 39분


청와대 : 현지 영상 볼 수 있는 것 있습니까? 123(정)인가?

해경본청 : 네. 그 배는 지금 해가지고 저희들 ENG 영상을 없고요. 자체 내부 모바일 영상은 있는데

청와대 : 네. 그 영상 좀 이렇게 잠시 보내줄 수 있습니까?

해경본청 : 그거 보내기가 조금.

청와대 : 네?

해경본청 : 외부로 나가지가 않을 건데 이게 환경이


청와대 : 아니, 그러면 여기 지금 VIP(대통령) 보고 때문에 그런데. 영상으로 받으신 것 휴대전화로 보내줄 수 있습니까?

해경본청 : 네. 그쪽 해가지고 전화번호(불러주세요).




이후 해경으로부터 영상과 사진을 전송받은 청와대는 계속 통화를 이어갑니다.


청와대 : 헬기 두 대 보이는 거 같고요.

해경본청 : 여기 지금, 123정 현재 도착해 있습니다.

청와대 : 123정, 몇 톤입니까 규모가?

해경본청 :이게 100톤입니다.

청와대 : 100톤급 하나.





오전 10시 10분


청와대 : 구조인원이 몇 명인지만 그 정도만 빨리 좀 알려주십시오.

해경본청 : 저희들이 파악하기로는 함정에서 50명, 헬기에서 6명 구조된 것으로 파악이 됐고요.

청와대 : 이게 아까 10시 3분에 저한테 알려주신 거거든요.

해경본청 : 네. 그 다음부터 해가지고 저희 확인을 해야 하는데 전화 받느라고 확인을 못 하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15분


청와대 : 그 영상(송출장치) 가지고 있는 해경 도착했어요?

해경본청 : 아직 도착 못했습니다.

청와대 : 몇 분 남았어요?

해경본청 : 네? 지금, 잠시만요.

청와대 : 그 배가 빨리 가야 하는데 확인해봐요, 얼마나 남았어요, 지금? 끊지 말고.

해경본청 : 잠시만요, 6마일 남았거든요.


해경 측은 전화로 인해 인원 파악이 힘들다면서도 청와대 요구를 속속 현장으로 전달합니다.

그 무렵 본청과 목포해경정 간 이뤄진 통화입니다.


목포해경청 : 목포 실장입니다.

해경본청 : 본청 실장인데요. 비디오 콘퍼런스 안 되나요? 현장 화면 못 보나요?

목포해경청 : 잘 안 들립니다.

해경본청 : 현장 화면 볼 수 없느냐고요.

목포해경정 : 지금 123정이 ENG 카메라도 없는 상태에서 50명을 지금 구조해서 서거차도 쪽으로 가다 보니까 지금 경황이 없어서 연락이 안 됩니다. (수화기 너머로) 아까 123정에서 사진 올라온 거 받은 사람?


오전 10시 19분


서해해경청 상황실 : P123 P123 현재 구조, 구조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보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서해해경청 경비과정 : 여기 명인집타워, 현재 구조인원, 구조인원 정확히 송신바람. 이상.





왜 이들은 실종자 구조보다, 구조된 사람들만 세고 있었을까요?

청와대에서 보고에 열을 올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오전 10시 25분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에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 VIP(대통령) 메시지 전해드릴 테니까 빨리 전해주세요. 첫째,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일단 적어.

해경본청 : 네.

청와대 : 그 다음에 여객선 내의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그 두 가지를 말씀하셨으니까 일단 청장님한테 메모로 넣어드리고. 그 다음에 업데이트 추가된 것 있어요?


청와대 : 왜 자꾸 인원이 틀려? 이거 가지고는 안 되고 가장 중요한 게 인원 파악이니까, 인원 파악을 좀 잘해야 해요.

해경본청 : 네. 알겠습니다.

청와대 : 오케이! 그 다음에 영상시스템(탑재한 배 도착) 몇 분 남았어요?

해경본청 : 10분 이내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 거기 지시해가지고 가는 대로 영상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그것부터 하라고 하세요. 다른 것 하지 말고.


다른 것 하지 말고 영상부터 띄우라는 청와대.

오전 10시 52분에서야 배 안의 실종자에 관해 묻기 시작합니다.




청와대 : 지금 거기 배는 뒤집어졌는데 지금 탑승객들은 어디 있습니까?

해경본청 : 탑승객들이요?

청와대 : 네.

해경본청 : 지금 대부분 선실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청와대 : 네? 언제 뒤집어졌어요, 배가?

해경본청 : 지금 선수만 보입니다. 선수만.


사실상 세월호는 이미 침몰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요구는 한결같았습니다.




청와대 : VIP(대통령)에 5분 뒤에 보고 올라가야 하는데 인원 정리 한 번 해주십시오.

해경본청 :인원 정리요?


청와대 : 166명이라고요.

해경본청 : 네. 오차가 있으면.

청와대 : 큰일났네 이거 아이 씨, 이거 VIP(대통령)께 보고 다 끝났는데.


위기 상황에 보고와 메시지 전달이라는 본분에만 충실했던 청와대 위기관리실.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청와대 잘못은 없는 것일까요?


사고 한 달 여 뒤인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결단을 내립니다.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신설된 국민안전처.

전문가의 지적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여전히 안전한가요?


자료=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임수 에디터 pop@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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