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정오 무렵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주택가에 수상쩍은 4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불 꺼진 한 주택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연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남자 2명은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와 드라이브로 4층 주택 문을 뜯어 침입했고 여자 2명은 그들 주위에서 망을 봤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장소를 옮겨 한 차례 범행을 더 시도했지만 이 역시 미수에 그쳤고 서울로 도주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울산 남부경찰서는 이들이 렌터카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확인, 추적해 일당 모두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이들 4명의 만남은 참으로 ‘특별’했다. 절도 등 전과 20범인 김 아무개 씨(67)는 박 아무개 씨(58)와 함께 경기도 일원에서 상습 빈집털이로 경찰에 붙잡혔다. 2013년 1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김 씨는 안양교도소에서 지내며 동료 수감자들이 울산 구치소 여자 수감자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곤 자신도 펜팔에 나섰다.

그렇게 이 아무개 씨(여‧50)를 알게 된 김 씨는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았고 마침내 1월, 출소해 연인처럼 지냈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은 김 씨가 빈집털이를 계획하며 무너졌다. 출소한 지 불과 55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씨 역시 말리기는커녕 돕겠다고 나섰다.


결국 김 씨는 옛 파트너였던 박 씨를 불렀고 이 씨는 운전을 잘 하는 지인 박 아무개 씨(여‧35)까지 동참시켰다. 이렇게 ‘4인조 빈집털이범’이 구성됐고 이들은 서울에서 렌터카를 빌려 울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모든 범행은 수포로 돌아갔고 울산경찰서는 김 씨와 박 씨 등 남자 주범 2명을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이 씨와 박 씨 등 여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펜팔로 김 씨와 인연을 맺어 빈집털이까지 가담한 이 씨는 그때의 순간을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을까.


박민정 에디터 pop@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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