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백재현 "징벌적 배상제' 도입…표창원 "기업도 형사처벌 가능해야"


사망자 146명. '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의 잘못으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왔던 것이 사실, 안전불감증에 걸린 기업들에 이제라도 제대로 된 철퇴가 내려질까요.


▲ 사진=박영선 의원 블로그


박영선 더민주 의원(서울 구로을)은 16일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법안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도를 전면 도입하고,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형법에는 특정 유형의 불법행위 시에만 손해의 3배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박영선 의원의 생각.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거나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여 전보배상책임을 지는 자에게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네요.




같은 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 역시 징벌적 배상제를 적용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재판에서 보상범위를 실제 발생한 손해로만 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이에 백 의원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해 최대 12배까지 보상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에게는 보다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해지겠죠.


업계에서는 제조물 책임법을 'PL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PL법 개정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중입니다. 소비자들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은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로 돌아간다나 어쨌다나. 이제는 돌림노래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정)은 아예 새로운 개념의 입법에 나섰습니다. 바로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 입법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법체계는 법인에 대한 범죄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저지른 옥시레킷벤키저에 적용된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과실치사 및 허위광고에따른 공정화에 대한 법률 위반 등입니다. 옥시가 내야하는 벌금은 최대 1억5000만원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영국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영국은 지난 2007년 '기얼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제정돼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기업, 공공기관, 조합, 단체를 총망라해 업무와 관련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옥시 사태'가 영국에서 발생했다면? 적어도 연매출액 10%의 벌금과 함께 공표명령, 구제명령 등을 선고할 수 있다네요. 해당 법안이 논의되던 당시 영국에서는 지하철 화재 사망, 선박전복 등 대규모 인명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하니, 법안 도입 배경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있네요.


하지만 정치권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내놓은 법안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죠.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법무부는 고의·과실로 2명 이상의 인명피해 범죄를 유발한 경우 각 죄에 정한 형을 모두 합산해 가중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을 제출했지만,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못한 것을 20대 국회라고 해낼 수 있을까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김임수 에디터 rock@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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