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약을 먹으면 아들 못 낳는다' '배란일에 성관계를 하면 아들을 낳는다' '금욕 기간을 가져야 아들을 낳는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아들 낳는 법에 대한 속설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NICHD)가 '유산을 겪은 여성이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아들을 임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산을 겪은 적이 있는 18~40세 여성 122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임신을 시도하는 중 각각 매일 저용량의 아스피린과 위약(엽산성분 가짜약)을 복용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험에 끝까지 참여한 아스피린 복용 그룹 중 31%는 아들을 낳아 위약을 복용한 그룹의 23%보다 8%p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복용 그룹에서 아들을 임신하게 된 여성들의 염증이 감소한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또 아스피린 복용 그룹 중 24%는 딸을 낳았으며 위약 복용 그룹에서는 26%가 딸을 낳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들 외 나머지 실험 참가자들은 출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에 대해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만 해당하며, 그렇지 않은 여성은 아스피린을 먹어도 남아를 출산할 확률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남아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앞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습관성 유산은 자궁 내 염증의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궁 내 염증은 배아가 착상하는 것을 방해해 유산을 유발하는데, 특히 남아의 배아는 이에 더 취약합니다. 때문에 자궁 내 염증이 있다면 남아를 임신해 출산에 성공할 확률은 더 낮아지게 되는거죠. 


그런데 항염 작용을 하는 아스피린을 꾸준히 소량 복용하면 자궁 내 염증의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스피린이 체외수정(IVF)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의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 연구팀은 남아 출산율의 감소는 어머니가 임신 초기에 겪는 스트레스나 환경오염, 흡연 등의 외부적인 요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NICHD의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임상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렸습니다.



한편 임신 기간 중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은 돈 낭비일 뿐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임신부와 태아 건강을 위해서는 엽산제와 비타민D 복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영국 의료 연구진은 월간 과학저널 '약물 및 치료 회보'(Drug and Therapeutics Bulletin) 최신호에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포함된 복합 비타민제가 임신부와 아기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엽산제는 선천적 기형의 원인이 되는 척추갈림증(신경판이 관의 형태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신경판의 양 끝이 가운데로 적절히 붙지 못하여 생기는 척수 장애) 예방에, 비타민D는 뼈와 이빨 형성과 칼슘 흡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이 한 알에 20개 정도의 비타민·미네랄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종합비타민제는 가격에 비해 임신부·태아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은 "종합비타민제 효과는 평소 영양섭취가 떨어지는 저개발 국가나 영국 내 저소득층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일 뿐"이라며 "한마디로 제약회사들의 상술"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민정 에디터 pop@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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