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언행을 보고 있으면 ‘좀 이상해진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10일 한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다. 저는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도당 개편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제가 반드시 이긴다. 제가 이길 이유를 말씀드리면 100가지도 넘는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 사진=국민의당 홈페이지 앨범



그는 현재 6.5%의 지지율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26.8%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의 지지율에 목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안 전 대표는 이상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안철수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그가 그토록 주장하던 결선투표에도 미치지 못할 지지율인데 어떻게 문재인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일단 안철수-문재인의 양자대결 구도는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잘 알게 된다. 보수층쪽에서 반기문을 중심으로 일단 반 문재인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여기에 안철수는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나오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당은 그의 대권 경쟁력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그는 국민의당 예선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본선에서 문재인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그가 문재인과 싸워 이길 이유도 100가지가 넘는다’라고 말 또한 기가 찬다. 정치인의 생명은 ‘민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읽어내는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최근 언행을 보면 그가 과연 저잣거리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물론 안 전 대표의 전략적인 행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가 갈수록 민심과 따로 노는 듯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과 싸워 이길 이유가 100가지 넘는다고 한 것은 지나친 나르시시즘은 아닐까? 안철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여기에는 한국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다. 정치에 대한 데이터와 생각이 독서를 통해 상당히 축적돼 있는 셈이다. 자신이 책을 통해 분석한 민심이 어떤 것인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컴퓨터 코드로 기록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정립한 정치와 민심에 대한 공식이 그를 지배하지는 않을까. 그 공식은 수많은 가변적인 상황과 유권자의 급변하는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 사진=국민의당 홈페이지 앨범



안철수는 본인이 생각할 때 ‘정말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보는 것 같다. 또 실제로 구태 정치인들이 가지지 못한 순수성과 열정이 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본인 생각이다. 똑똑한 의사출신 안철수가 가진 정치 공식에 따르면 그가 뜨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는 ‘왜 나같은 정치인을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세계다. 이성적인 판단도 요구되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통해 심리적인 치유를 받으려고 한다.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얻으려고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었어도 그 ‘노짱’의 감성이 여전히 국민들 마음속에 남아 있다. 세월이 갈수록 그의 탈권위적이고 서민적인 풍모가 더 그리워진다.


엘리트 정치인 안철수의 공식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결점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인간미 아닐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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