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지난해 미래 신기술 관련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본사가 상장 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진은 현대차 마북연구소 연구원들이 수소전기차 넥쏘의 성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지난해 현대자동차 (118,500원▼ 2,000 -1.66%)국내 본사가 지난 1974년 상장 후 44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신기술 관련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한 데다,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 본사는 지난해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 2조6994억원이었던 국내 본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2조163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 국내 본사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매출원가의 규모가 갑작스럽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2017년 41조6048억원에서 지난해 43조160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매출원가도 32조6208억원에서 36조4034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은 2017년 8조9840억원에서 지난해 6조7566억원으로 2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본사의 매출원가가 크게 증가한데 대해 R&D 관련 투자와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전체 R&D 투자는 대부분 국내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신기술 관련 투자비용을 국내 본사가 고스란히 떠안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외법인을 비롯한 전체 연결재무제표 기준 R&D 비용은 2조742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 본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R&D 비용은 2조5794억원으로 전체 비용 지출액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본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3.7% 증가한데 비해 R&D 비용은 10.6% 증가했다. 신기술 개발과 관련해 투자한 금액도 지난해 약 6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차량이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후 해외로 수출되는 점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동화 차량은 판매량 증가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모두 일정 기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이익이 줄어든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1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10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05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율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7년에 비해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게다가 주요 수출지역인 신흥시장 역시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현대차의 수출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본사에서 영업손실을 낸 반면 해외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판매가 부진했지만, 유럽과 신흥시장에서는 신차를 중심으로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R&D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 본사의 수익은 줄었지만, 신기술 투자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는 않는다"며 "올해는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등 신차를 발판으로 국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