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2)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민들은 “5·18 망언에 석고대죄하라” “한국당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역무실로 대피하는 와중에 시민들의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30분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규탄대회를 할 예정이었다. 전날 ‘경부선’(서울~대전~대구~부산) 장외투쟁에 이은 이날 ‘호남선’(광주~전주~용산) 장외투쟁의 첫 일정이었다.


하지만 규탄대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행사 전부터 광주송정역 광장에는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10여개 시민단체와 시민들 100여명이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5·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 사퇴!’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회를 했다. 이들은 “한국당은 5·18 망언을 했던 의원 3인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 양심이 있다면 석고대죄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들을 피해 광장 반대편 쪽 인도에서 집회를 했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말씀 좀 들어달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 장악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로 해서 되지 않으니 장외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물러가라 황교안” 구호를 외쳤고 결국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뒤에 황 대표가 다시 발언을 시작했지만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고 “물러가라” “해체하라” 등 구호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대표의 마이크 소리가 커져 연설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한국당 측도 마이크 볼륨을 크게 높여 고성전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1시간으로 예정했던 규탄대회는 20분 만에 끝났다.


황 대표가 연설을 마친 후 역으로 이동할 때도 충돌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황교안 꺼져라” “썩 물러나라” “자유한국당 물러가라”며 가로막았고, 황 대표는 20분 정도 움직이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에게 생수통에 든 물을 뿌렸다. 황 대표는 경찰 보호를 받으며 역내 고객접견실로 피했다. 이때도 고령의 여성이 “이 안에 황교안이 있다는 걸 다 안다”며 역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전북 익산으로 향하는 KTX를 타기 직전 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다. 이제는 정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주역에서 규탄대회를 이어갔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국당 지지자들은 200명 정도였다.


한국당은 4일 서울 광화문에서 3차 대규모 집회를 할 계획이지만, 여론이 악화되는 등 갈수록 장외투쟁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의 광주행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황 대표는 이날 광주 시민들의 항의를 “지역 간 갈등”이라고 했는데, 5·18 망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에 대한 광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 이날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솜방망이 징계로 5·18 망언 의원을 퇴출하라는 국민 요구를 저버렸다”면서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도 무관심과 회피로 일관한 한국당은 오월 영령을 기만하고 모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사실 청와대 국민청원 사태에서 보듯이 여론이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그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상황을 오판하고 호남투어부터 밀어붙이다 봉변을 당했고, 그 여파가 나머지 지역투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장외투쟁에 대한 명분까지 희석됨에 따라 한국당의 입지는 더욱 애매하게 됐다.


애초 황 대표는 이번 전국투어를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 이용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었다. 비록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대여 공격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황 대표로서는 전국투어를 통해 전국적 지도자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대표 또한 이번 전국투어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투어 첫날부터 대여투쟁 선봉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다. 특히 장외투쟁과 삭발 등 식상한 전략으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것도, 현재의 민도를 오판한 아마추어적 접근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 모든 '똥볼'의 원인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면서도, 구태의연한 정치만 곁눈질로 배운 황 대표의 착각과 무지에 따른 결과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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